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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급'의 신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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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좀 특이하게 옷을 입거나 예쁘게 치장하면 바로 "소자본 계급의식에 물들어 있다"고 비판받았으며 공산청년단에 가입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오늘날에도 옷을 잘 차려 입거나 유행을 따라 치장하는 젊은 여성들을 '소자본 여인(小資女人)'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불리는 사람은 오히려 우쭐대고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반대로 부러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일부에서는 '화이트칼라 귀족'을 '소자본 계급'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미 이 말 속에는 비판의 의미가 내포돼 있지 않다.
최근 출판된 <소자본 여인>이라는 책에서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소자본 여인'을 과감하게 그리고 있으나 이 책은 잘 팔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옷을 입는가는 입는 사람의 개성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과거에 사람을 판단할 때 입은 옷을 통해 그 사람의 계급의식을 판단하고 심지어는 쌍물고기 머리핀을 단 것으로 '소자본 계급'이라고 치부한 것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실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또한 오늘날 앞서 간다는 사람들도 실은 당시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답습하여 옷을 입는데 계급의 낙인을 새기고 있으니 어찌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는가? <소자본 여인>에서 말하고 있는 "양말의 실밥이 터지지 않고, 유치한 치장을 하지 않고, 치마 끝이 풀리지 않고, 직장에 운동화를 신고 가지 않는" 여자들이 모두 '소자본 여인'일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또한 가진 게 넉넉지 않고 신사들이 생각하는 '소자본 여인'에 어울리지 않는 여자들이라고 모두 이렇게 경우가 없거나 이렇게 치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이런 정도의 치장이라면 그리 많은 '자본'이 들지도 않을 테니까.
옷은 또한 사기성을 갖기도 한다. 나는 구치소를 방문한 적이 있을 때 단정하고 소박한 옷을 입은 여자 소매치기범을 본 일이 있다. 그녀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여교사의 인상이었다. '위장'이라는 단어가 당시 그녀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가장 적절한 것이었다. 사실 이런 복장이 그녀에게는 오히려 '정장'인 셈이지만.
오늘날 일부 여성들은 배꼽을 드러낼 정도로 아주 대담하고 전위적으로 옷을 입는다. 이런 옷 을 입는 여성들 중에는 청순한 소녀도 있고, 세파에 물든 여인들도 있다. 그러나 나이 들어 눈이 흐린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엔 입은 옷만으로는 그들이 속한 '계급'을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과 자태에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얼굴과 자태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며, 옷은 단지 부속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곧 아름다움과 추함을 결정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발휘되 는 것이며, 이는 시대를 초월한다. 입는 옷이 바뀌지 않거나 또는 부단히 바뀌거나 상관없이 마음이 아름다우면 스스로가 아름답고, 마음이 추하면 스스로가 추해진다.
"사람은 오래 사귈수록 좋고, 옷은 새 것일수록 좋 다"는 말이 있다. 여인이 독창적인 옷을 입고 싶다면 자신의 얼굴과 자태에 어울리는 개성을 연출하라. 천편일률적인 '소자본'을 부러워하거나 '유행하는 빨간 스커트'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 모든 일을 할 때 벌집을 쑤신 것처럼 너도나도 따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모종의 '이론'이 물결을 일으킬 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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