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akwon

   지난해 2월22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외국 국가원수로서 3백74번째로 빠다링창청(八達嶺長城)에 올랐던 조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창청은 의구한데 중국은 옛 중국이 아니구나” 하고 자신의 감회를 피력한 적이 있다.

밖으로 보건 안으로 보건 간에 중국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일종의 감탄사였다.

오늘날 중국의 변화란 온갖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마디씩 하게 마련이다.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변화의 중심에 ‘중국 사람들의 정신세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사람들의 정신이 변하기 때문에 중국이 변하는 것이다.

그 변화하는 사람들이 오늘날 무엇보다도 중국의 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인류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이 문화로 나타나고 민족정신의 정수가 문화의 형태로 발로되는 것이라면, 중국은 언제나 문화대국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인문 올림픽’으로 치를 것을 선전하며 중국문화를 새롭게 발전시키고 외국문화와 더 많이 교류할 것을 외쳐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제화?세계화 과정에서 ‘문화산업’이 거대한 이윤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한 나라의 문화가 그 나라 민족정신의 상태를 나타낼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종합실력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중국의 문화시장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 국민의 문화소비가 가계소비의 30%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중국은 아직 20%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 숨은 거대한 발전 가능성은 대단한 것이다.

중국의 인문문화 소비 잠재력은 여러 군데에서 읽혀진다. 어떤 이는 중국 골동품 시장의 가장 큰 고객이 외국인들이라고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국 전역에 불고 있는 골동품 및 서화 소장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다, 상하이(上海)에만 40만명이 넘는 애호가들이 있고 가정박물관이 1백20군데가 넘게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중국정부가 앞장서서 중국문화 부흥을 노리며 인류 공동의 유산인 중국 문화재와 국학의 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예산도 해마다 수십%씩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전역에는 중국의 옛날과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이 2002년 3월 현재 약 1천8백개 정도 있으며 향후 15년 동안 3천개로 늘릴 계획이다.

베이징에만 지금 1백18군데의 박물관이 있는데, 이것으로도 부족해 오는 2008년까지 1백50군데로 늘리고 박물관 현대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한다.

이런 작전이 관광산업이나 다른 무형의 문화사업으로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는 도저히 측정할 길이 없다.

중국의 문호 루쉰(魯迅)은 1908년 ‘문화편지론(文化偏至論)’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예견한 바 있다.

“중국문화가 밖으로는 세계조류에 떠밀리지 않고 안으로는 고유의 혈맥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오늘에 충실하고 옛것을 숭상한다면 구태여 새로운 주류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천하에 홀로 우뚝 서게 되리라.”

1백년 전쯤에 한 루쉰의 이같은 예견이 오늘날 그대로 적중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목도한다는 것은, 필자에게는 더 없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