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조 시대의 북위 말엽 양일(楊逸)이 광주 태수로 부임해왔다. 당시 29세였던 그는 명문 출신이나 조금도 교만하지 않았으며 청년다운 순수한 마음으로 주(州)를 다스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 병사들이 출정할 때에는 찬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내리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반드시 전송을 했다. 그만큼 백성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대단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법에 대해선 엄정하였기 때문에 죄를 범하는 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계속된 흉년으로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자 이를 보다 못한 양일은 국가의 창고를 열어 백성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려고 하였다. 그러자 창고담당 관리가 중앙의 허가 없이는 안된다고 말렸다.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중앙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양일은 말했다.
“나라의 기본은 백성인데 백성들을 굶주리게 해서는 안 되오. 창고를 활짝 열고 식량을 골고루 나누어 주도록 하시오. 책임은 내가 지겠소.”
양일은 관리가 법을 무시하고 백성들을 괴롭히거나 뇌물받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이렇게 되니 관리가 출장을 갈 때에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갔고 출장지에서 마련한 술자리에도 참석하려 하지 않았다. 향응과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을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관리들은 이렇게 말했다.
“양태수께서는 ‘천리를 내다보는 눈[千里眼]’을 가지고 계시오. 도저히 속일 수가 없소이다.”
사실 양일은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심복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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