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akwon

베이징인(北京人)들은 자신들을 일컬어 스스로 '황제의 자손'이라 칭한다.

황제가 살던 땅에서 그 황제의 발아래 넙죽 엎드려 충실한 신민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바로 베이징인들이었기 때문이다.

황제의 눈에는 베이징 사람이든 베이징 밖의 사람이든 다 보잘 것 없는 신민에 불과했겠지만, 베이징인들의 눈에는 황제를 제외하고는 천하사람들이 다 그들 발아래 있는‘외지인이었다.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자신들과 구분하기 위해‘외지인’이라고 부르는 베이징인들의 의식 속에는 세상에는‘베이징 사람과 비(非)베이징 사람’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중국인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외지인들이 함부로(?) 베이징에 입성하는 것을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베이징은 오직 황제와 그 자손들이라고 자부하는 그들만의 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안에 두 가지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즈찐청(紫禁城)으로 대표되는 황제의 문화와 그 자손들인 베이징 토박이들의 후퉁(胡同)문화는 마치 결과 무늬처럼 서로를 견고하게 보완해주고 있다.

이들 두 문화의 공통점은 내부가 지극히 ‘폐쇄적’이라는 것. 오늘날 베이징 문화가 유달리 보수적이고 자문화 중심적인 폐쇄성을 보이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이들 두 문화의 공존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왕청치는 베이징의 후퉁문화를 이렇게 비유한 적이 있다.“베이징은 사방이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한 모의 두부 와도 같다".

즈찐청의 구조나 후퉁의 구조는 바로 그 정사각형의 두부 모양을 하고 있다. 사각으로 둘러싸인 봉쇄된 구조는 외부세계와의 소통을 차단하고 있다.

그 ‘두부’같은 세계는 지금의 베이징 지도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네모로 각이 진 ‘환’의 구조만 해도 그렇다.

후퉁의 어원이 몽고어에서 유래됐다는 것은 이미 밝힌 바 있다. 정처없이 사막을 가로지르며 유목생활을 했던 징기스칸의 후예들이 처음으로 베이징에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든 것도 역시 이 후퉁이라는 것.

후퉁의 내부가 동서남북으로 각이 진 폐쇄된 두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유목민들이었던 몽고인들의 특징에서 유래하고 있다.

사막이나 초원의 한가운데서 해가 뜨고 지는 방향만 가지고 동서남북의 방향감각을 익히고 있었던 그들에게 베이징에서의 정착생활은 새로운 방향감각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동서남북으로 각이 진 가옥구조를 가진 후퉁을 만든 것이다.

후퉁은 비단 방향설정이라는 편리성 외에도 그 특유의 폐쇄성을 통해 사람들간의 소통을 차단하는 구실을 했다.

베이징의 새로운 지배자들로 등장한 징기스칸의 후예들은‘한 모의 두부와도 같은’후퉁을 통제와 감시의 수단으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