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텔레비전 드라마 ‘공화국으로 가는 길(走向共和)’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이 대거 출연한다. 우리가 흔히 서태후라고 부르는 츠시(慈禧)태후에 리홍장(李鴻章) · 쑨중산(孫中山) · 위엔쓰카이(袁世凱)등 중국 근세의 유명 인물들, 특히 정치가들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그 중에서도 츠시태후를 정치가로 볼 것인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작가는 그녀가 무슨 일이든 제멋대로 처리하고 개인의 영달만 도모한 흉악, 잔혹한 악마형이 아니라 조정에 쌓이는 공무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당대의 정치가라는 것이다.
설령 그녀가 당시의 세계 질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잔혹했으며 독단적이었다 하더라도 당시의 칭(淸)을 지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므로 마땅히 정치가로 대접해야 한다는 작가의 설명에 중국이 제국주의에 무참히 깨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장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칭호라는 것을 이유로 들어 많은 사람들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녀가 정치가라면 정치적 식견과 재능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을 정치가라고 한다는 사전적 정의로만 봐도 무능한 정치가다. 식견과 재능을 갖추지 못한 채 정치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정객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 드라마의논조라면 그대로 두어도 나라가 망할 판에 군대 양성 자금으로 이허위엔(頤和園)을 수리하는 그녀의 판단력을 두고 황실의 위신을 세워 나라를 세우려고 했다고 그녀를 위해 변명해 줄 판이다.
드라마 ‘走向共和’의 고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