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유방은 진나라 황제의 항복을 받고 옥새를 거둔 뒤 마침내 수도 함양에 입성했다. 진의 호화찬란한 궁궐에 들어서자 천하의 유방도 마음이 해이해졌다. 번쩍이는 보물과 재화, 그리고 미녀의 무리에 눈이 팔린 것이다. 궁궐을 뜨기 싫어하는 유방을 보다 못한 번쾌가 간곡히 간했다.
“이 재보(財寶)와 미녀들이 바로 진나라가 망한 장본 아닙니까! 여기 머물러서는 아니 됩니다.”
장량도 거들었다.
“우리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진이 무도(無道)했기 때문입니다. 여기 머물러 쾌락을 즐긴다면 진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제발 번쾌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유방은 그들의 충언을 받아들여 궁궐에 머무는 것을 그만두었다. 뿐만 아니라 궁궐의 물건 하나에도 손을 대지 않고 봉인해 놓고서는 진지로 돌아와 야영을 했다. 그리고 현의 원로와 유지들을 불러 선포한 법이 ‘법삼장’이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진의 가혹한 법에 시달려 왔소. 진의 법을 비방하는 사람은 집안이 모두 죽임을 당하고 화제에 올린 사람도 시체가 되었소. 이제 안심하시오. 나는 여러분과 약속하겠소. 법은 삼장뿐이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와 물건을 훔친 자는 그 정도에 따라 처벌하겠소. 그 밖의 진의 악법은 모두 폐기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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