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 무제 때 중랑장(中郞將) 소무(蘇武)는 흉노 땅에 사신으로 갔다가 잘못되어 그 땅에 억류되었다. 협박과 회유가 거듭되었지만 끝내 항복을 거절한 소무는 북해로 유배되어 혹한을 견디며 들쥐를 잡아먹고 나무 열매를 따먹으면서 처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뜻밖에도 옛 동료 이릉(李陵)이 찾아왔다. 그는 소무가 억류된 다음해에 5천명의 병력을 이끌고 열 배가 넘는 흉노의 주력부대와 싸우다가 끝내 패하여 사로잡힌 몸이 되었다. 항복한 그는 흉노 땅에서 편히 사는 신세가 되었지만 한나라에서 소무와 함께 시중이란 벼슬을 하기도 했었다.
이릉은 소무가 흉노 땅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부끄럽게 생각하여 찾아가지 못했다. 그런데 흉노족의 우두머리 선우가 이릉을 북해로 보내어 주연으로 소무를 달래게 했던 것이다.
“자네는 절대로 한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네. 이 인적도 없는 땅에서 헛되이 자신을 괴롭혀 본들 한나라에 대한 자네의 신의를 누가 알아 주겠는가. 내가 출전할 무렵에 자네 어머니는 돌아가셨네. 젊었던 자네 부인도 벌써 재가했다고 들었네. 두 누이동생과 1남 2녀가 남아 있었지만 10여 년이나 지난 지금 생사조차 알 길이 없네. ‘인생은 아침이슬처럼 덧없는 것(人生如朝露)’, 언제까지 자신을 괴롭히고만 있을 참인가”
그러나 끝내 소무는 이릉에게 설득당하지 않았다. 이릉은 돌처럼 굳은 소무의 뜻을 알고는 조용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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