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퉁문화의 특징은 특유의 폐쇄성이다. 이러한 폐쇄성은 몽골 유목민들이 세운 원(元)의 수도인 따두(大都:지금의 베이징)의 도시 건축구조에서 엿볼 수 있다.
지금의 베이징시 윤곽을 이루는 바둑판 모양의 시가지 구조와 사각형의 두부 모양 구조는 모두 원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베이징사람들은 어떤 방향을 가리킬 때 ‘오른쪽과 왼쪽’이란 말보다 ‘동쪽과 서쪽’이라 하는데 더 익숙하다. 이 또한 원대에 만들어진 동서남북 사방형의 도시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러 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커다란 ‘대가정’같은 후퉁 내 주택구조는 큰 대문 안에 각기 독립된 작은 문들이 있는데, 그 문들이 닫히면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이라도 완전히 단절된 다른 공간이 되어 버린다.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라는 점 외에도 닫혀진 문들의 세계는 개인이 자신의 삶에 안분지족(安分知足)할 수 밖에 없는 폐쇄적인 낙천성과 인내의 정신을 낳았다. 그러나 이렇게 폐쇄적이고 봉쇄적인 후퉁문화는 역설적으로 ‘개방성’을 지향하는 중국인의 정신을 길렀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헐려지는 후퉁들 사이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마천루의 빌딩숲들은 오랫동안 후퉁 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베이징사람들의 봉쇄된 ‘개방성’이 분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그것은 문화대혁명을 겪은 중국인들이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급속하게 ‘샤하이(下海:돈벌이 활동)’의 봇물을 터뜨린 것과 같다.
그러나 후퉁문화로 대변되던 베이징사람들의 정신은 그 화법을 달리하고 있다. 그들의 정신을 지탱해준 후퉁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퉁(胡同)과 베이징인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