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이버상에서 누군가가 버젓이 자신의 행세를 하면서 게임을 즐기고 사이버 머니를 주고받고 있다면 누구든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국내 최대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에서 대규모 명의 도용 가입 사례가 발생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이다.
리니지 제작사인 엔씨 소프트는 게임에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리니지에 계정이 개설됐다는 신고가 지난 13일~15일 사이 1만 3500건이나 접수됐다고 밝혔다.
실제 사용자 수 200만 명, 동시 접속자 수 12만~18만 명에 이르는 리니지 게임을 수사 중인 경찰청 사이버 테러 대응 센터는 이 업체로부터 명의가 도용된 게임 계정 기록을 넘겨받아 불법 아이디로 접속된 IP 서버 분석에 나섰다.
경찰은 불법 도용된 대다수 아이디들이 중국어 발음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중국에서 조직적으로 사건을 주도했는지의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게임 아이템을 불법으로 수집해 팔아 1000여 억 원을 챙긴 혐의로 중국인 등 50명을 적발하고 3명을 구속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2003년 중국인을 고용해 한국 사이트를 해킹하고 여행사 기록을 입수해 5만 3000여 명의 내국인 주민등록 번호를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해 12만 개의 리니지 아이디를 만들어 아이템을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주의를 한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신상 정보는 인터넷 상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이 이번 사건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국과 타이완(臺灣) 등 외국의 유명 인터넷 게임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에 수백 명의 한국인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가 공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것은 외국인의 회원 가입을 제한한 한국 게임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인데, 명의 도용을 당하면 개인 정보가 유출 돼 범죄 등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또 아이템 불법 매매 등 직접적인 금전 피해도 우려된다.
한편, 본인의 명의가 도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리니지 등 게임 업체의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본인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입력해서 자신의 계정이 만들어져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만약 도용되고 있다면 게임사 고객센터 등을 통해 신속히 가입을 해지할 수 있다.
편집위원 이재욱 (Beijing@how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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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개인정보가 줄줄 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