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akwon

  무협소설이 요즘 중국 지식인 사회를 풍미하고 있다.
  진융(金庸)·구룽(古龍) 등 대가들의 작품이 일으키는 무협소설의 바람이 홍콩, 마카오, 타이완 등을 거쳐 중국대륙에 상륙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었다.
  무협소설은 중국대륙에 상륙하자마자 전문기술자로부터 대학교수, 심지어 과학원 회원이나 정부관리에 이르기까지 지식인 계층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베이징연합대학이 1999~2001년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무협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밝힌 독자 중 4년제 정규대학 졸업자가 18.2%, 그 이상 학력자가 21.6%를 차지했다.
  스스로 고상함을 자랑으로 여기는 중국 지식인들이 무협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속담에 ‘열에 아홉은 인생이 여의치 않다’는 말이 있다. 유가와 도가가 결합된 전통문화의 깊은 영향 아래 형성된 문화환경은 중국 지식인들에게 특수한 예민성을 부여했다.
  과부하의 정신노동과 짜증나는 가사,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주택, 직위, 자녀교육, 생로병사 등 현실적인 문제들은 지식인들의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 그러면서 그들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더욱 피부로 느끼게 되고 ‘고달픈 인생’을 개탄하게 되는 것이다.
  자유의 세계에서 유유자적 마음껏 날개를 펴고 싶은 것은 중국 지식인들의 영원한 꿈일 뿐이다. 타고난 성정과 지나친 이성은 이들의 충분한 재능 발휘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적인 이론을 펼칠 때만 그들에게는 강호(江湖)의 호탕하고 분방한 기질이 엿보이며, 실험실에서만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현실생활에 돌아오면 이런저런 제약 앞에서 우유부단하게 되며, 활발한 사고와는 달리 행동은 주춤거리기만 한다.
  그러므로 무협소설에 나오는 무림협객들의 풍류와 격식이 없는 자기만의 성격, 그리고 낭만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나 혼자 오고 가는’ 초탈한 듯한 문화적 분위기는 중국 지식인들에게 신비감을 주어 그들의 마음에 쉽게 와닿게 되며 나아가 이를 동경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협소설을 눈부시게 장식하는 이같은 유토피아적 이상주의의 빛이야말로 천지를 가상무대로 삼는 무협소설이 중국 지식인들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핵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