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 10일 토요일 비가 부슬부슬 우중충
오늘 일기 전날 제목이 '까치까치 설날' 임을 잠시 확인하고 비실 웃음이 났다. 설날이 도대체 언제적 얘기란 말인가?? 오랫만에 여길 와보니, 새로 많은 분들이 게시판을 달아서 더욱 풍성해진 느낌이다. 그것을 빌미로 나는 일기를 좀 덜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안도감(^^)에 좀(무지..^^) 기쁘기도 하거니와 여러 사람들의 눈으로 영국이란 나라를 볼 수 있어 아주 좋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엄청 바쁘다. 하루게 다르게 내 숨통을 죄어 오는 (꽥꽥..) 숙제 데드라인과 감기 초기 증상을 잡으려고 지나치게 많이 먹은 화인투벤이 과잉 반응을 일으켜 몸이 되게 안 좋았다. 한 마디로 머리와 입이 한 박자 간격으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었다. 항상 머리가 띵하고 졸리고..마치 뽕 맞은냥...^^ 그런데 지금은 거의 회복되었다. 춤도 연 2주 째나 못 가고 숙제에 쌓여 있다. 담 주 월요일까지 내야 되는 파이넌스 팀 과제는 정말 사람 머리를 터지게 만든다. 맨날 맨날 신디랑 징이라 서너시간씩 미팅을 해서(정말 미팅하다가 시간 다 보낸다) 주어진 아주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15년간의 Cashflow Chart를 만들고 그 간의 inflation, depreciation 등등의 변수를 가정하여 적용하라는데 정말 엄청난 고통이다. 내가 대학 때 이런 류의 공부를 전혀 해 본 적이 없어서 더 힘들다. 다행히 위 두 명의 중국 친구가 비슷한 과목의 공부를 하고 있어서 도움이 되긴 한다. 근데 아이러니하게 내가 어젯밤에 낑낑 대며 자료를 읽어보다가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되는 문제를 하나 풀어냈다는 거다(기적?). 으..그동안의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서의 죄책감을 조금 던 것 같아 아주 흐믓했다. 그래서 오늘 미팅에서는 꽤 많은 진전을 보았다. 앞으로 한 시간 후(토요일 오후 저녁 7시..흑흑)에 또 미팅을 한다. 꺼이꺼이..
그리고 마케팅 케이스 스타디로 역시 그룹 과제인데 우리가 London Tourist Board가 되어 Far East의 Business Tourist를 (물론 한정된 예산으로) 런던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1년간의 총 가상 promotional plan을 짜라는 거다. 네 명이 그룹인데 둘은 그리스, 한 명은 타이, 하나는 나. 우리는 나라를 싱가폴과 한국으로 정하고 이 선택을 뒷받침 하기 위한 통계 및 여러가지 관련 자료를 조사하느라 도서관 1-5층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관련 섹션을 다 쑤시고 다녔다. 그간의 영국 입국 현황, 각 나라의 경제 현황, 앞으로의 마켓 가능성, SWOT 분석, 미디아별 광고 금액, 로고, 슬로건, 각 나라 소비자 행동 분석등 진짜 할게 왜 그리 많은지 꿈에도 막 나온다. 이건 다다음주 월요일인데 프리젠테이션도 준비해야 되고(이것도 html로 제작 하기로 해서 내가 고스란히 떠맡는다..어이구..) 그날은 진짜 Board 사람들처럼 옷 입고 tag도 달아야 한다. (쓰고 보니까 정말 되게 열심히 하는것 같네..그정도는 아닌데..^^) 근데 내가 관심있는 부분이라 즐겁기도 하다. 파이넌스만 방해 안하면 정말 재밌을텐데 말이다..쩝.
또 하나, 내가 듣는 과목 중 하나가 Business Strategy 인데 이것은 수업은 없고 웹사이트를 통해 하는 distance-learning 모듈이다. 솔직히 기대이하다. 내가 뭐 이 학교에서 아주 뚝 떨어져 멀리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모듈을 재학생들한데 적용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마 교수들이 시간을 좀 벌려고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좀 괘씸하기도 하다. 암튼 중요한건 규칙적으로 이 사이트를 확인하지 않으면 숙제가 언제 공시되고 due date가 언제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는 거다. 선생이 이멜로 좀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나! 암튼 그저께 밤 12시가 넘어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한 번 접속했는데 아뿔싸! 그 날이 과제 하나 데드라인인거다. 아닌 밤에 홍두깨라고! 그 때 부터 책 읽고 분석해서 새벽 4시 쯤 제출했다. 아침에 도서관 가보니까 그 모듈 듣는 애들이 난리 법석을 떨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저녁에 다시 좀 고쳐서 암튼 데드라인을 맞출 수가 있었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그 다음 숙제는 그냥 에세이 쓰는 건데 나라 하나를 선택해서 그 나라의 관광 마케팅 전략을 분석하라는 거다. 나는 '모리셔스'를 선택해서 지금 관련 자료 복사해서(복사는 얼마나 많이 하는지 집에 도서관 차려도 될 것 같다!) 읽고 있는 중이다. 마케팅 숙제 하나 끝나고 나면 다른거 하나 또 해야 되는데 가상 투자자의 입장에서 lastminute.com를 분석해서 이 회사에 투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안할 것이지 논쟁(debate)하는 건데 아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머리 아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논문에 대한거다. 3월 말 모든 수업이 끝나고 나면 이제 가장 중요한 논문 작업에 들어가는데 내가 지금 선정해 놓은 주제에 아직까지 확신이 안 선다. 애들은 수업 마치고 자신의 주제에 따라 자기나라에 돌아가서 쓰기도 하고 아님 여기 남아 있기도 한다. 나는 가능하면 8월까지 여기 남아 있는 방향으로 생각중인데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관련 주제를 한다 하더라도 인터넷 부분이기 때문에 굳이 가서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의 여름을 생각하면 으...)
근데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애들 다 1학기 때 보다는 다들 좀 덜 열렬한 것 같다. 1학기 때 너무 진을 빼서 그런지 생각만큼 수업에 집중도 잘 안되고 그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1학기보다 더 intensive 한 건 확실한데 말이다. 사람이란 어쩔 수 없다 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지. 석사를 하면서 나는 박사 과정을 그리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이 쪽이 하면 할 수록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는 분야 이기도 하고 또 소식을 듣자하니 한국에 관련과가 계속 생기고 있다고 하니 한국에 돌아가서 더 공부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기도 한다. 아 또 미팅 시간이네. 주희가 수제비를 하고 있는데 한 숟갈 먹을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으..멀고도 험한 파이넌스 숙제의 길이여...
Jasm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