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뮤지엄을 중심으로 한 시내 투어 - 파리에서 (3)
2001년 4월 18일 수요일 쌀쌀한 가운데 낮에는 해가 반짝~
아침 일찍 일어나 루브르 뮤지엄의 개장 시간인 9시에 맞추어 꽁지가 빠지게 걸어갔다. 10분거리라 했는데 그건 롱다리를 기준으로 한 것 같았다..잉..가는 중간에 레스토랑 들어가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려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허걱..훈제 햄(jambon)이 꼭 생고기처럼 척척 걸쳐서 나오는거다. 음..아니다..프랑스 음식이니까 맛있을꺼야, 설사 내 기준에 맛이 없다 하더라도 이것은 바로 프랑스 음식이니까 아마 내가 지금 까지 몰랐던 '맛있는 맛'일꺼야..하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며 한 입 깨물었다. 근데 솔직히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 암튼 요기를 하고 루브르까지 막 달려가니 9시 30분쯤이 되었는데 어머나 세상에..저 줄 좀 봐..다 어디서 온건지 중간에 피라미드처럼 생긴 입구에서 시작된 줄은 구불구불하게 밖으로 이어져 1km가 넘는 것 같았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들어가서도 저 커다란 뮤지엄을 다 보려면 오늘도 발바닥이 부르투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을 서 있는 1시간 30분 동안 정말 정말 추웠다. 에이 그냥 딴데 가버려 하다가도 우리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약간의 뿌듯함과 오기가 생겨 계속 기다리다가 결국 11시가 넘어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다시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비교적 짧았다.) 주희랑 2시 40분에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Richelieu, Sully 그리고 Denon의 세 개의 관으로 이루어진 루브르는 정말 컸다. 짓는데만 3세기가 걸렸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건축물이 아닐 수 없다. 조각상, 그림, 장식품등등 수백년에 걸친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구성된 이 박물관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상과 같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관광객들로 사시사철 끊기지 않는 곳이다. 여기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예전 나폴레옹이 다른 나라에서 몽땅 훔쳐오다 시피 한거라 씁쓸한 감은 어쩔 수 없이 들었으나 그래도 이렇게 잘 보존해서 후세의 사람들이 감상하게 되었으니..모르겠다. 암튼 미술책에서나 보던 유명한 작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것이 상당히 신기했다. ^^ 사람들이 넘 많아서 계속 치이고 모든 작품 설명이 철저하게 불어로만 되어 있다는 사실을 빼고는 참 좋은 곳이었다. 관광객이 많은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프랑스의 국가 경제에 이토록 기여하는 그 많은 관광객들을 위해서라도 최소 작품 설명만이라도 영/불어 두개의 언어로는 해 줬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착같이 불어 사용을 지켜도 결국 세계는 더이상 프랑스어를 왕실의 고급언어로 추앙하진 않을진대 말이다.
이윽고 오후에 주희를 만나서 계획했던 대로 파리 시내를 관광버스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파리에도 런던처럼 시내 여기저기를 운행하는 2층짜리 오픈 버스가 있다. 그건 넘 추울 것 같아서 2층 버스에 지붕의 반 이상이유리창으로 환하게 보이는 Cityrama 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주희가 어디서 집어온 지도를 들고 루브르 근처의 출발지점에 가기로 했다. 3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하므로 시간은 넉넉한 듯 했는데 역시 방향 감각 없는 우리는 반대로 한 참을 간 후에야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거꾸로 와서 찾을 수 있었다. 와보니 루브르랑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었다..잉..Cityrama 사무실에 가서 표를 사서 예쁜 2층 버스에 올랐다. 각각 주어지는 이어폰에는 12번을 누르니 한국말로도 가이드 설명이 나왔다. 아줌마와 아저씨가 번갈아 가며 설명을 해 주었는데 아뿔싸..가이드 아줌마 혀가 짧아서 좀 냉냉 거렸다. 크크..
두시간에 이르는 버스 투어는 젤 처음 루브르(Grand Louvre)를 출발로 씨테섬(Ile de la Cite), 노틀담 성당(Notre-Dame Cathedral), 바스티유 광장(Bastille Square), 팡테옹(Pantheon), 생제르맹 데 쁘레(St-Germain-des-pres), 개선문(Arch of Triumph)등등 파리 여행 가이드에 나올만한 명소는 다 돌아다니면서 설명을 들으니 단시간에 파리를 관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주 유용한 코스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걸어다니면서 바라보는 파리와 차를 타고 다니면서 보는 파리의 모습은 또 달랐다. 런던하고는 다른 뭔가 로맨틱하고 자유스러운 느낌, 또 넘치는 개성들 속에서 파리의 매력을 다시한번 감상 할 수 있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 곳에서 영감을 얻고 또 몇 번이고 방문한다는 게 이해가 될 정도로 계속 봐도 지겹지 않은..그래서 파리를 다른 어느 곳과 확실히 구별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곳이었다.
버스 투어를 마치고 우린 정말 배고픔에 앞이 깜깜할 정도 였다. 피라미드(Place des Pyramides) 근처에는 유독 일본, 중국 레스토랑이 많았다. 뭘 먹을까 하다가 우리 둘다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싶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일본 레스토랑에 가서 라멘을 시켰다. 넘 배가 고파서 그랬을 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일식이라도 런던보다 파리가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파리지엔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려면 더 노력을 해야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
이제 배도 부르고 여기저기 많이 쏘다녔으니 또 한 번 숙소를 구할 차례다. 으..또 얼마나 다녀야 할 것인가..아까 루브르 뮤지엄 기념품 숍에서 론리 플래닛 파리 가이드를 보고 싼 숙소를 몇 개 적어왔는데 일단 거기부터 가 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젤 첨에 간 곳은 Place Monge (편의상 몽게랑 불렀다. ^^) 역의 이름도 예쁜 Happy & Youth Hostel 이었다. 그리 정밀하지 않은 미쉘린 지도를 들고(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다..꺼이꺼이) 찾아간 그 호스텔은 이미 만원이었다. 주인 아가씨가 소개해준 다른 호스텔은 넘 멀리 떨어진 곳이라 우린 또 한번 외롭고 고독한 숙소사냥의 길에 접어 들었다..엉..몽게는 정말 젊음이 넘치는 동네였다. 왠만하면 이 동네에서 하룻밤 정도 묵어 줄 수 있는데 숙소마다 넘 비쌌다. 그래서 근처 생제르맹에 있는 다른 숙소를 찾아 갔는데 (이것은 Time Out에 있는 것을 베껴왔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아예 그 번지에 그 호텔이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희망 Dupleix의 그저께 묵은 그 때 그 호텔로 가기로 했다. 도착하자 이번엔 아저씨가 아니라 정말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 인상이 좋은 아줌마다. 고맙게 서툴지만 영어를 할 줄 아시는거다. 감격..흑..우리는 이틀 거기서 묵기로 했다. 아줌마 방을 내어 주시며 손가락으로 옆 방 지칭하면서 마드모아젤~ 킁킁킁(기침 흉내)~쿵쿵쿵(벽 치는 소리) 오케이? 라고 하시면서 웃으신다. 옆 방 아가씨가 시끄러우면 벽을 쳐서 셧업 시키라는 소리겠지? 크크..우리는 방에 들어 와서 여기가 얼마나 좋은 곳이었는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천국이다 천국! 우리는 잠깐 동네에 나가서 맥주, 음료수, 빵, 치약, 샴푸를 샀다. 저녁 요기로 간단하게 떼우고 샤워를 했는데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했다. 파리의 나이트 라이프는 포기 한채 불어방송을 자장가 삼아 또 일찍 꿈나라로 갔다. 내일은 아침 일찍 오르세 뮤지엄(Musee d'Orsay)으로 가야 되므로~~
*루브르 뮤지엄: http://www.louvre.fr
매주 화요일은 휴관
*Cityrama 투어: http://www.cityrama.com
Jasmine
*자료제공: Life in Lond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