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뮤지엄 / 다시 런던으로 (5)
2001년 4월 20일 금요일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고 비도 뿌린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항상 여행지에선 시간이 빨리 가는것 같다. 오늘 3시 19분 기차로 나는 파리를 떠나 집으로 간다. 돌아가자 마자 부딪치게 될 현실(논문..흑흑)에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워털루에 떨어질 때까지는 생각하지 말자. 잊자 잊자! 친절한 호텔 아줌마의 'come back here again!'을 뒤로 하고 아침 일찍 가방을 싸서 로댕 뮤지엄으로 향했다. 로댕 뮤지엄은 로댕이 죽기전 모든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고 사망한지 2년후인 1921년 처음 대중에 공개된 곳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각상인 'The Thinker(생각하는 사람)', 'The Kiss'등을 비롯하여 로댕의 연인으로 알려진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로댕의 조각상뿐 아니라 그림도 여러점 있었다. 로댕 박물관은 천재적 예술가는 타고 나는 것이지 절대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금 깨우쳐주는 곳이었다. 난 그림보다는 조각상에 더 감동을 많이 받는 것 같다. ^^ 엽서 몇 점을 사서 나왔는데 아주 뿌듯했다.
유로스타를 타기까지 시간이 참 어정쩡하게 남았다. 무얼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바스티유(Bastille)의 오페라 하우스를 다시 한 번 보기로 했다. 바스티유에 내려서 오페라 하우스를 찾아 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춥고 비도 오고 해서 우연히 발견한 인터넷 카페에 들어갔다. 아담한 분위기에 무엇보다도 무지 따뜻했다. 보아하니 가격이 아주 쌀 것 같지는 않아서 오래 있긴 뭐했고 잠깐 내가 파리에서 다닌 박물관 사이트를 조금 훑어보다가 나왔다. 역시 내 예상답게 무지 비쌌다..흑흑. 밖에 나와서 오페라 하우스를 찬찬히 훑어 보다가 갑자기 허기가 엄습해왔다. 그러다가 내 눈에 들어온건 레옹의 바스티유 분점! 다시 한 번 옹아를 먹을까 하다가 망설이다가 아냐 이번엔 고기를 먹자, 영국 가면 또 한동안 동물성 단백질을 그리워 할테니까 하는 생각에 들어가서는 스테이크를 시켰다. 그러나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어제 넘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어서 인지, 아님 이 집은 원래 옹아만 전문으로 하고 다른 음식은 영 신경을 안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좀 실망을 했다. 그래도 먹고 나니까 힘도 솟고 별로 춥지도 않다. 슬슬 파리 북역(Gare du Nord)으로 갈 시간이다. 이제 파리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른 서운한 느낌이 밀려온다. 아듀, 파리~ ^^
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유로스타에 올라탔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갑자기 피로가 밀려온다. 내 뒤에 프랑스 아저씨의 전화벨소리가 하도 울려대는 바람에 여러번 깼으나 비교적 달게 잤다. 정말 모발폰의 소음 공해는 어디서나 심각하다! 유로채널을 통과하여 영국으로 진입했을 때 밖으로 보이는 영어가 너무나 반가웠다. 그간 너무나 답답했다. 그냥 불어가 한낮 코맹맹이 소리로만 느껴졌고 하루하루가 넘 답답했다. 담에 파리에 갈 때는 최소 기본적 의사소통은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그리 관심 있는 언어는 아니지만 말이다.
워털루에 내려 집에 도착하기까지가 파리에서 워털루 오는 것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여행은 마지막이 젤 지친다. 집에 도착해서 그냥 두리뭉실한 여행 느낌으로 변질되기 전해 빨리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일찍 자야지..아직도 다리가 땡긴다.
-------파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로댕 뮤지엄: http://www.musee-rodin.fr
Jasmine
*자료제공: Life in Lond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