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웍(teamwork)의 중요성
2001년 2월 21일 수요일 날씨는 그리 나쁘지 않음.
오늘은 드디어 마케팅 프리젠테이션의 날. 그동안 정말 자료 열심히 찾아서 준비하고 어제는 그룹애들하고 모여서 한시간동안 리허설까지 했다. 의상도 준비하고 이름표도 직접 디자인 해서 프린트 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며 다시 연습했다. 혹시나 떨려서 버버벅 거리기 시작하면 절대 안된다는 일념하에. 대충 정장 비스므리한 옷을 챙겨입고 그동안 신지 않던 굽 무지 높은 구두를 신고 화장도 하고, 또 안경대신 렌즈를 꼈다. 수업이 아침에 있어서 오늘 일찍 못 일어날까봐 걱정했는데 워낙 걱정을 하면서 잤는지라 자동으로 알람도 울리기전에 파닥 깨는거다. 놀랍다. 크크. ^^
우리의 과제는 싱가폴과 한국의 비즈니스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800,000 파운드의 돈으로 1년간의 총 프로모션 계획를 짜는 것이었다. 어제 애들하고 리허설을 하다가 나 한복 있는데 그거 입고 하면 어떨까, 선생이 점수를 좀 더 주지 않을까?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는데 애들이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라며 막 입으라고 했다. 나는 내가 입는 것보다 니들 중에 하나가 입는 것이 더 효과가 클 것 같다고 얘기했고(사실은 입고 하면 당황해서 제대로 못할것 같아서리..^^) 같이 하는 외국 친구들 중 젤 처음 발표를 시작하는 친구가 한국인을 유치하려면 한국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프리젠테이션에 넣는 형식으로 입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수업에 들어갔다. 이거는 전공과목이라 4명씩 3그룹만 있는 소규모 수업이라 선생이 되게 꼼꼼하게 본다. 우리를 시작으로 그동안 준비해온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이 과목은 프리젠테이션 두개가 성적의 100% 이기 때문에 다들 좀 긴장하는 눈빛. ^^ 다나이(그리스)가 'Good morning, Ladies and Gentlemen!' 을 시작으로 총 15분간의 짧지만 핵심을 뚫어야 하는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Then, my colleague Jasmine will explain more about two countries and advertising plans. (그러면 제 동료인 Jasmine이 두 나라와 광고 계획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란 말로 건네 주며 내 순서가 되었다. 의외로 마음이 안정되었다. 되도록이면 천천히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앉아 있는 애들은 보려고 했다. 'Thank you, Danai.' 어쩌구 저쩌구 중얼 중얼 하면서 약 3-4분간의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다음 친구에게 바톤 터치! 한마디로 우리 그룹 애들 정말 잘 했다. 그동안 같이 모여서 회의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한터라 정말 단단한 팀웍이 느껴졌다.
다른 팀의 발표을 들은 후 나머지 한 시간 동안은 서로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논쟁(debate) 형식으로 벌어졌다. 우리는 예상 질문에 대비하여 많은 통계 데이타를 준비해갔다. 그래서 말이 나올때마다 according to..하면서 답변을 잘 해 나갈 수 있었다. 1시간의 토론이 끝나고 우리 네명은 왠지 모를 기쁨에 휩싸여서 끌어안고 좋아했다. 우리는 Girl Power를 외치며 'We've done an excellent job, haven't we? (우리 정말 잘 했다, 그치?)' 서로에게 칭찬을 했다. 다른 팀의 얼굴에서 또 선생님의 반응에서 뭔가 느낄 수가 있었다. ^^ 선생님은 우리가 정말 professional 하고 내용이 뛰어나서 뭔가 질문한 거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한테는 서너개씩 질문을 막 했는데 우리한테는 전혀 안 했걸랑.
이번 팀웍을 하면서 하는 중간에는 솔직히 많이 짜증이 나기도 했다. 사고방식(mentality)이 다른 외국 애들과 얘기하다가 사소한 일에 의견 충돌이 오가고 내 아이디어가 잘리고 또 맘에 안드는 걸 애들이 집어 는게 분해서 내가 이 애들하고 담에 또 하나 봐라 하면서 순간순간 칼을 갈기도 했다. 하지만 거의 3주간 거의 매일매일 이 과제에 신경쓰고 같이 만나고 또 회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아빠랑 전화통화 하면서도 정말 이 애들하고 못해먹겠다, 얘들이 우리 그룹 레포트 엉망 으로 만들어 놨다고 불평 했는데 아빠왈, "그게 잘못 될 거라는 것은 순전히 니 생각일 수도 있단다. 그렇게 team player로 일하면서 서로 타협하고 양보하는 것 그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라.' 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머리가 환기 되며서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그 애들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Anna와 Danai는 5000자에 이르는 그룹 레포트를 쓸 때 많은 역할을 했고 또 나랑 Wantanee의 아이디어를 거의 대부분 받아들이고 자신들 내용을 거의 다 잘라내다시피 했다. 내가 통계 자료며 각종 인터넷 정보를 찾아서 논쟁할 때 상당한 우위를 유지하게 된 것에 대해 고맙다고 했고 프리젠테이션이고 논쟁이고 '항상 Jasmine이 찾아낸 이 데이타에 의하면'이라고 꼭 서두에 말을 했다. 결론적으로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니까 다 배울 점이 많고 좋은 점이 많은 애들이라는 거다. 그리고 시너지 효과가 이럴 때 생기는구나 하는 것도 몸소 체험했다. 어차피 사회란 나혼자 독불장군으로 살아가는게 아니니까. 그러면서 뭐랄까, 앞으로 어떤 나라, 어떤 성격의 사람하고도 같이 일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오늘의 느낌을 잊지 말자라는 다짐을 했다. 사실 이 친구들하고 마케팅 케이스를 하나 더 해야 한다. ^^
휴..큰 짐 하나 덜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완성해야 할 에세이(2000자씩)가 두개나 있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오늘은 마케팅 때문인지 스페인어 수업에서 잘 집중이 안 되었다. 계속 쪼개고...크크크
암튼 난 마케팅이 참 좋다. ^^
Jasmine
*자료제공: Life in Lond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