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플랏 메이트 에미코
2001년 5월 26일 토요일 날씨 좋음 요즘 계속 좋음.
요즘 계속 바빴다. 내 일로 바빴다기 보다 우리집으로 이사 들어 오는 에미코 짐 날라주고 독일로 돌아가는 완타니 짐싸는 거 도와주고 자기 나라에서 돌아오는 애들하고 만나서 파티 같은거 하느라고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 덕에 요즘 팔이 조금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 어제는 간단하게 환영, 환송 파티를 했는데 내가 국적 불명의 불고기 요리를 하고 완타니는 독일 와인을 들고 오고 에미코는 스시를 만들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왠지 기분이 쓸쓸했다. 여기 와서 처음 알게 되서 참 엄청 친해진 친구들이다. 주희가 간 후 썰렁한 2인실에 이제 에미코가 들어오게 되서 넘넘 기쁘긴 하지만 완타니가 떠나가니까..수퍼바이저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7월 초에 여기 다시 올꺼고 우리가 베를린에 보러 갈 계획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친구든 누구든 떠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게 그리 쉽지가 않다. 그리고 그 후유증도 너무 오래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게 맞구먼.
그리고 오늘은 정말 박차를 가해 에미코의 이사를 완료했다. 완타니와 같이 테스코 트롤리로 왕복 예닐곱번을 다녀서 에미코 짐을 옮기고 또 집에 와서는 정리하고 완타니가 주고간 식기며, 각종 양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미코의 엄청난 식품류들을 정리하니 찬장이며 냉장고가 터질 듯 했다. 간장 두개, 참기름 두개, 굴소스 두개, 밥통 두개, 서로 요리 해 주면서 영향을 받아 가지고 있는 소스류가 비슷해 졌기 때문에 뭐든지 두 개 이상이 되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TV 두 개, 스테레오 두 개(완타니가 맡기곤 간 것 까지 합하면 3개다!). 완타니가 정말 luxurious 하다며 하하 웃었다. 옷도 구두도 많고 특히 책이 많은 에미코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까 오후 3시가 넘었다. 완타니랑 셋이서 핵핵 거리며 의자에 걸터 앉아 좀 쉬었다. 허기가 밀려와서 완타니가 타이식 볶음밥을 했고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완타니는 8시 비행기라 5시 쯤 같이 나갔다. 첨엔 우리가 코치 타는 데 까지 기차로 같이 가 줄 생각이었는데 우리가 너무 피곤해 보인다며 그냥 택시 타고 가겠다고 학교 정문까지만 짐을 운반하잔다. 완타니 짐도 장난이 아니었다. 무지 많이 버리고 가는데도 대문짝 만한 끄는 가방 두개에 핸드 캐리 두개. 벌금 물까봐 무지무지 걱정하는 눈치다. 나랑 에미코는 짐을 낑낑 대고 정문까지 가서 택시를 불렀다. 사실 독일은 여기서 겨우 1시가 30분 거리다. 유럽은 그런게 참 좋다. ^^
작별의 포옹을 징~하게 하고 7월에 오게 되면 우리 집에서 머무르라고 했다.
완타니를 보내고 오면서 에미코랑 조금 슬펐으나 이제 우리 같은 집에 살게 되니까 좋다며 오늘 저녁 뭐 해먹을래란 이야기를 시작으로 앞으로 정말 논문 열심히 써서 빨리 빨리 끝낸 후 여행도 많이 다니자고 했다. 저녁엔 밀린 빨래 두통 하고 한국+일본+타이식의 요리를 해서 저녁 잘 챙겨 먹었다. 그동안 썰렁했던 집이 정말 싫었는데 이제는 슬픈 음악을 들어도 왠지 기분이 좋다. 객지 생활에서 외로움이란 정말 이길 수 없는 장애물이기 때문에...
참 지난 주 금요일에 노라의 팬케익 파티에 가서 재밌게 놀다 왔는데 거기 모인 각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각각 자기 나라 언어(헝가리어, 그리스어, 몰타어, 독일어, 독일 사투리,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로 같은 의미의 말 (오늘 우리는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을 하는 것을 비디오로 찍었는데 리얼 플레이어 파일로 만드는 걸 자꾸 미루고 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그것도 일기에 올리도록 하겠다.
근 3-4일 짐 싸고 들고 다니고 하다보니 오늘 되게 피곤하다. 내일 아침은 일찍 일어나서 테스코에 장 보러 가야겠다.
Jasmine
Jasmine
*자료제공: Life in Lond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