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와서 또 한 번 재수에 왕 옴 붙은 날
2001년 6월 13일 수요일 요즘은 날씨가 정말 정말 좋다.
이번달 15일까지는 literature review를 완성해야되는데 그럭저럭 진도는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는 재미있었는데 이렇게 맨날 집에 앉아서 논문 쓰고 있으니 좀 지겹기도 하다. 나중에 이 시간을 그리워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영 아니다. 빨리 논문 해 치우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니까. 그나마 에미코가 있어서 같이 요리하고 시내가고 얘기하고 그래서 다행이지만 말이다.
근데 오늘 정말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너무 화가 나서 길가면서도 상스러운 소리를 해댈 정도였다. 어떤 일이었냐면..학교에서 시내를 가려면 역 안의 footbridge를 통과해야 한다. 역 앞 티켓 머쉰에서 공짜 티켓을 끊어서 지나가면서 반대 쪽 출구를 통과할 때 스탑에게 주는건데 보통 이 머쉰이 작동을 안 하는 적이 많아서 그냥 지나면서 스탑한테 학교 방향에서 다리 건너 왔다, 티켓 머쉰이 작동이 안되더라 하면 그냥 웃으면서 보내주기 때문에 오늘도 그러려니 하고 에미코랑 지나가려고 하는데 딱 보기에도 재수없게 생긴 스탑이 막 고압적으로 짜증내면서, 티켓을 보여달란다. 상황을 설명하니까 이 넘이 하는 말이 그러면 역 창구의 스탑에게 말해서 티켓을 받아왔어야 한다, 여기 무임승차 하는 인간들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티켓을 보여줘야 한다, 너희들 이런 식으로 하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 뭐 이지랄 하는거다. 뭐 이런 거지같은 고객 서비스가 있나 싶어서 뒤에 머라고 지껄이는데 무시하고 나왔다.
근데 뒤에 따라오던 에미코가 저 새끼가 우리보고 prostitute(창녀)라고 했다는 거다. 이 개**가 뭐라고? 에미코 확실해, 그렇게 들은거 맞어? 그러니까 확실하다는거다. 오늘 안그래도 짜증나는데 너 함 보자 싶어서, 다시 그 넘을 찾아갔다. Did you say 'prostitute'? My friend heard you said that.(너 우리보고 창녀라고 했니? 내 친구가 들었다는데?) 그러니까 그 넘이 하는 말이 No, I said prosecute, not prostitute. (아니다. '법적 조치를 밟는다', 했지, '창녀'라고 하지 않았다.) 사실 이 인간이 그 단어를 안 말했던 에미코가 잘못 들었던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고객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정말 기분 나빴으니까. Ok, but it's not important. I'm talking about your attitude. You would have explained the situation to us, customers in a better and professional manner. (암튼간에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난 니 태도를 얘기하는거야. 너는 우리한테 좀 더 제대로 설명했어야 되는거 아니야?) 그러자 이 넘이 또 prosecute가 어쩌고 저쩌고 한다. Are you threatening me or what? prosecute? Do you always tell people like that? (너 지금 협박하는 거야 뭐야? 법적 조치? 넌 사람들한테 항상 그런식으로 얘기하니?) 그러니까 이 사람 말하는게 더 가관이다. You treated me like that first. I work at this station. You should have showed me respect in the first place. (니가 나를 먼저 그렇게 취급했다. 나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인데 니가 첨부터 나를 존중해 줬어햐 한다.) 참내. 기가 막혀서.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런 애랑 백날 얘기해봐야 별 소득도 없고 사람들 많이 지나가는데 이러는 것도 웃기고 해서 예전 윔블던 역의 스탑 생각도 나고 해서 이렇게 말했다. Thank you so much. But I want to tell you something... G.E.T A L.I.F.E.! (정말 고맙다. 근데 한가지 말해줄게 있는데. 너 정말 그렇게라도 살고 싶니??) 하면서 조소를 보내고 에미코랑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든 말든. 아 정말 짜증난다. 난 특히 customer service 쪽에서 일하는 인간들이 고객을 똥으로 보면 정말 열 받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고객 만족 (customer satisfaction), 고객과의 관계를 통한 마케팅 (relationship marketing) 이런거는 정말 허상에 지나지 않는건가? 공부하면 뭐하나, 이렇게 제 일선에서 일하는 인간들은 저따위로 행동하는데? 그리고 저런 애들을 어떻게 교육 시켜야 하나? 나중에 Manager로 일하면서 저런 먹통들 데리고 일 시키면 내가 열받지 머리가 터지지 싶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세인즈버리가서 장 좀 보고 백화점에 가서 에미코 시계 고치고 책 방에서 잡지 몇 권을 사가지고 왔다. 에미코랑 집에 오면서 이 나라엔 정말 못 배운 인간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며 이 재수 없는 상황을 씹었다. 사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교육열 하나는 끝내주니까. 이 나라가 좋아지다가도 한 번 씩 재수없는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정나미가 다 떨어진다.
Jasmine
Jasmine
*자료제공: Life in Lond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