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
2001년 3월 21일 수요일 굉장히 추웠는데 조금씩 풀림.
드디어 시험이 다 끝났다.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3일 연속으로 친 시험..후련하다.시험 전 주 수요일날 마케팅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서 사실 시험 공부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 Lastminute.com에 관한 프리젠테이션은 저번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같이 하는 그룹 멤버 중 한 명은 여러가지 개인적 사정으로 일주일 넘게 독일에 가 있어서 그룹미팅에 참여 할 수 없었고, 나머지 두명은 인터넷 및 컴퓨터에 너무나 젬병이라 솔직히 별 도움이 안 되었다. 내가 마음을 비웠기에 감내했지 정말 많이 힘들었다.
인터넷 기업이라 거의 모든 정보를 당연히 인터넷을 통해 구해야 하는 마당에 내가 brand에 대해서 찾아 보라 했더니 내 옆에 앉아서 익스플로러의 location bar에 brand라고 치고 앉아서 기다리다가 안 된다고 하는 애들과 도대체 뭘 하겠단 말인가..그냥 달관해버렸다. 그래서 내가 그냥 정보 찾아서 준 다음에 분석을 좀 해 보라고 했다. 5000자에 이르는 레포트를 완성하고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주말에 하루종일 내가 에디팅을 했다.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애들 다 잘 했다. 속사정은 아무도 모른채 종알종알 말은 다들 얼마나 잘하는지..에잇! 암튼 다 끝났다.
사실 시험이란게 일단 들어가서 머리털 뽑히게 많이 써야되는거라 시험 전 공부보다 시험 자체가 넘 싫다..흑흑. 시험공부를 할 때는 우선 자신의 방향을 잘 정해야 한다. 외워서 쓸 것인가 그냥 여러 책을 읽어보고 자기 생각을 정리를 해서 그야말로 펜가는대로(수필?) 적을 것인가. 완벽하게 외우지 못할 경우는 쓰는 와중에 웬지 이것이 아니다 싶으면 패닉(panic) 상태가 오기 쉽고,공부해서 내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각오라면 정말 공부를 많이 해서 마치 위에서 굽어볼 수 있는 실력이 되야하니..꺼이. 나는 누구나 하는대로 어설프게 외우는 수법을 쓸 수 밖에 없었는데 중간에 정말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했으나 멈출 수가 없었다. 근데 정말 두시간동안 볼펜을 꼭 부여잡고(이것도 힘들다) 막 써나갈려면 굉장한 체력이 요구되는 것 같다. 3일동안 열나게 쓰다보니 나중엔 팔이 아파서 손이 떨려올 지경(수전증?)이었다..그러나 아직 제출할 숙제가 3개나 남아있어서 무작정 기뻐하긴 좀 이르다. 휴..
그동안 시험이랍시고 장을 못 봐서리 오늘은 주희랑 4시 20분에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근데 시험 마치고 홀가분한 맘에 퍼져 자다가 4시 25분에 눈을 떴다. 아뿔싸..옷을 대충 걸쳐 입고 부리나케 달려나가서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니 만나기로 한 버거킹 앞에서 눈이 찢어지게 째려보는 한 동양여자 애가 보인다..크크. 우리는 일단 세인즈버리에 가서 닭 가슴살, 피시 2개, 참치캔 두개, 콩, 오렌지 쥬스등등을 사서 트롤리에 담았다. 영국 전역에 퍼진 구제역(foot-and-mouth outbreak) 때문에 고기를 먹는다는게 넘 두려웠고 또 둘다 바빠서 제대로 먹을 시간도 없고 차려 먹기엔 귀찮기도 해서 그간 동물성 단백질 및 철분등의 섭취가 지나치게 부족했다. 그것 때문인지 나는 아침에 일어나며 아찔하게 현기증이 종종 나고 주희는 장장 15일에 걸친 설사를 호소해 왔으므로 우린 오늘 저녁 닭가슴살을 넣고 카레를 해 먹을 생각이었다. 계산대 앞에 서서 직원 여자애를 보니까 예전에 어리벙벙하게 계산하다가 손님 계란 한통 깨먹고 배시시 쪼개던 그 애였다. 웬지 불안하긴 했지만 우린 계산을 끝내고 생각보다는 좀 가벼운 짐을 들고 중간에 잠시 펍에 들려 맥주 한잔을 하고 집으로 왔다.
근데 집에 도착해서 주희가 가방을 열면서, '으앗, 언니 피쉬와 닭이 없어.' 그런다. '무엇이라곳! 잘 뒤져봐앗!' 그러면서 영수증을 확인해보니까 우쒸 없다. 그 멍청한 년이 계산 안 하고 뺐는지 뒷 사람한테 미뤘는 지 암튼 그런것 같다. 흐엉...!!! 우리의 동물성 단백질 섭취 계획을 저런식으로 쫑나게 하다닛. 정말 허무했다. 풀어헤친 장바구니 앞에서 망연자실 하고 있는 두명의 가여운 아이들...흑흑흑..
하는 수 없이 저녁을 대충 먹고 telly를 좀 보다가 금새 잠이 와서 침대에 누워서는 주희랑 가장 먹고 싶은 음식 하나씩 얘기해 보기 했다. 나부터 시작했다. 먼저 생갈비살에 같이 딸려나온 맛있는 반찬들, 그리고 된장찌게..얘기하다 보니까 막 침이 고였다. 크크...주희는 해물탕, 난 떡볶이와 빨간 오뎅, 씨래기 된장국, 묵, 홍합밥, 된장 비빔밥, 어쩌고 저쩌고, 중얼중얼 하다가 우리는 여기서는 돈이 있어도 맛있는 거 못 사 먹는다고 잠시 칭얼대며 불평하다가 그냥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오늘따라 한국 그리고 한국음식 생각이 무지 간절했나 보다. ^^
Jasmine
*자료제공: Life in Lond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