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의 점심초대
2001년 3월 24일 토요일 날씨 흐리고 은근히 추움
오전에 느지막히 일어나서 라면 대충 먹고 telly를 보고 있었는데 노라한테 전화가 왔다. 점심 때 특선 헝가리 요리를 할 건데 점심 먹으러 오란다. 우아~ 난 특색있는 그 나라 요리 해 주는게 조아조아 ^^ 그래서 2시에 노라네 기숙사에 가기로 하고 1시 45분 쯤 대충 옷 걸치고 구내매점 (one-stop shop)에 가서 저렴한(^^) 와인 한 병을 샀다. 2시 조금 넘어서 집 앞에 도착해서 벨을 누르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음. 그리고 나 말고도 어떤 애가 그 앞에서 벨을 누르는데 내가 너 혹시 노라 만나러 온거냐고 하니까 밝게 웃으며 그렇단다. 노라 친구인 또 다른 빅토리아로 헝가리에서 왔다고 한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대답하는 이 없어서 방법을 모색하다가 뒷편의 부엌에 노라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건물 뒤로 돌아가서 둘이 노라~ 노라~ 하고 부르니까(어릴 때 친구 집 앞에서 누구야 노올자~ 하던 생각이 난다..^^) 2층에서 창으로 내다보며 'I'm opening the door!' 하며 얼굴에 밀가루가 군데군데 뭍은 노라가 내려와서 활짝 웃으며 문을 연다. 볼에 쪽쪽 (아직 이 인사는 좀 머쓱하다..크크) 인사를 하고 들어가보니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뭐 도울일이 없나 두리번 거리니까 치즈를 좀 갈아달란다. 그래서 강판에 네모난 치즈를 석석 갈아줬다. 크크..
이윽고 다른 친구들이 속속 도착했다. 우리 고정 멤버인 개비(몰타), 빅토리아(영국+독일), 엠마뉴엘(프랑스), 마틴(엠마뉴엘 남친, 프랑스) 그리고 완타니(타일랜드)와 나랑 같이 온 노라의 고향친구(!) 빅토리아. 다들 사온 와인이며 쥬스등을 꺼내고 스타터로 바게트에 딥을 찍어 먹으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아직 메인이 준비가 덜되서리..^^ 개비와 빅토리아는 담 주 월요일 환상의 스페인섬인 마요르카로 일주일간 여행을 떠나고 갔다와서 담 달 5일엔 노라, 개비, 엠마뉴엘 이렇게 셋이서 아일랜드로 간다고 한다. 완타니는 30일날 아일랜드로 떠나고 나는 동생이랑 4월 중순 쯤 파리에 갔다 올까 싶어(아직 계획만..^^) 다들 여행 생각에 맘이 설레는 것 같았다. 특히 개비와 빅토리아는 오늘 시내가서 마요르카 해변에서 입을 비키니를 사왔다며 보여 주는데 우~ 진짜 섹쉬했다. 내가 거듭 조심해라 그러니까 둘이 왜~ 왜~ 왜~ 하며 장난스럽게 되묻는다. 크크..헝가리 친구 빅토리아는 낼 헝가리로 돌아간다며 가서 맛있는 음식 많이 먹을꺼라고 은근히 자랑을..흑흑.
이윽고 노라가 만든 록우드 뭐시기(넘 길어서 까먹음)라는 헝가리 전통 요리가 나왔는데 감자를 쪄서 납작하게 썰어서 네모난 오븐용 그릇에 담고 살라미를 듬뿍 넣고 소스를 뿌리고 위에 치즈를 얹어서 오븐에 구운 것이었는데 사실 기가 차게 맛있다고 보긴 힘들었다. (노라 미안해..^^) 푸헐~ 한덩이 듬뿍 집어서 먹었는데 감자라 그런지 배가 넘 불렀다. 솔직히 총각김치 하나랑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캬캬 (완타니도 동의) ^^ 메인을 먹으면서도 계속 놀러가는 얘기하고 논문 얘기 그리고 파트 타임 일 구하는 얘기 또 남은 숙제 얘기를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정면에 앉은 엠마뉴엘과 마틴은 정말 보는 사람 가슴이 찢어지도록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눈으로 뽀뽀를 하고 볼을 비비고 머리 만지며 장난치고...힝..프렌치들은 정말 다르다. 예전에도 느낀 거지만 정말 사랑 표현이 넘 자연스럽고 남 시선을 의식 안 해서 보는 내가 얼굴이 벌개진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넘 아름답다고나 할까? 온 몸으로 보여주는 표현의 자유라...^^ 그래서 '내가 야 너희들 하지맛! 질투 나잖아' 이렇게 장난조로 얘기하니까 그제서야 엠마뉴엘이 상황 짐작하고 빙그레 웃는다. 그러나! 그 뒤로도 그치지 않았다. ㅠ.ㅠ
빅토리아가 내 옆에 앉아서 특히 많은 얘기를 했는데 또 한 번 놀라운 사실 빅토리아는 겨우 20세 였다. 난 얘가 저번에 first year라 해서 당근 석사인 줄 알았는데 학부였던 것이다. 키도 엄청 크고(178이상?) 얼굴에 '성숙'이라 적힌 앤데 나보다 도대체 몇 살이나 어리단 말인가? 허걱..얘는 저번에도 말했듯이 4개국어(영어, 독어, 스페인어, 프랑스어)가 모국어고 전공은 'combined languages' 인데 엄마가 영국의 독일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독일인이며 자기도 거기 비자과에서 일을 한단다. 아버지는 영국 사람인데 스페인의 영국 대사관에서 일을 하신대나? 암튼 대사관에서 일해서 그런지(대사관 가족?) 비자문제가 너무 빠삭하다. 크크 나보고 너는 South Korean이니까 독일 올 때 비자 필요 없다, North Korean은 필요하다, 타이는 필요하다 등등 다분히 직업병 다운(!) 얘기를 한다.
빅토리아는 꿈이 외교관인데(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크크) 어려서 외국어를 다 익혀서 이 언어를 얘기 하면 딱 그나라 사람으로 바뀐다며 자긴 상당히 lucky하다고 그런다. 그 얘기를 듣고 저 끝에 앉은 개비가 자기는 스페인어로 얘기 할 때 자꾸 이탈리아어 억양을 써서 스페인 친구들이 잘 못 알아 듣는다며 툴툴 거린다. 몰타는 몰타어와 영어가 공용어고 이탈리아계가 많아서 보통 이 3개국어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한다고 한다. 예전에 크루즈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개비는 이 3개국어 말고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고급 수준으로 하는데 나는 언어에 소질있고 여러 언어를 잘 하는 애들이 젤 부럽다.(불끈, 나도 할 수 있다(을까..쩝)!)
점심 먹고 디저트로 커피도 마시고 다들 저녁엔 15 minutes라는 영화를 보러 가자는데 날도 춥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그냥 니들끼리 가라고 했다. 집에 와서 완타니랑 통화하면서 공통적으로 정말 제대로된 맛있는 한국 요리를 먹고 싶다 하면서 결론을 냈다. 내가 상다리 휘어지는 전통 한식에 대해서 얘기를 해 주었더니 완타니는 심각하게 나중에 한국에 가서 한 두달 요리학원에 다닐꺼라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거럼거럼, 이것인 국위선양이여~ ^^ 근데 요즘엔 자꾸 맛난 한국요리가 머릿속에 아른거려 미치겠다..아직 한국 갈려면 멀었는데 말이다...잉
Jasmine
*자료제공: Life in Lond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