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과연 얼마나 비싼 도신가?
2001년 4월 9일 월요일 날씨 이상하리만큼 공기가 신선함
런던으로 유학을 간다고 했을때 가장 먼저 듣는 소리는 아마 '아니 그 비싼 영국, 게다가 런던에..' 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런던에서 살아가기란 과연 얼마나 비쌀까? 물론 이것도 다 자신의 경험과 소비패턴에 달려 있고 실제 직장을 가지고 런던에 사는 것과 유학와서 공부하는 경우에 느끼는 것도 많이 다를것이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이를 조사한 결과가 올해 3월 23일자 Evening Standard에 "London is a rip-off, and we can prove it.(런던은 바가지의 나라, 우리가 증명할 수 있다.)"의 제목으로 나와 있어 흥미를 끈다. 이 조사는 런던, 파리, 뉴욕에 거주하는 세 남자에게 기본적 쇼핑 품목 30가지를 적어서 사오라고 보낸 후 그들이 사온 물건의 값을 바탕으로 각 세 도시의 물가를 비교한 것인데 결과는 사뭇 끔찍(?)스럽다.
런던에 사는 다니엘은 무려 2538.07파운드를 썼고, 파리에 사는 브루노는 거의 1/3인 791.15 파운드 그리고 뉴욕의 피터는 런던보다 조금 적은 2425.4 파운드를 썼다. 현재 환율을 1파운드당 2000원이라 했을 때 각각 508만원, 158만원, 485만원의 순으로 런던이 정말 바가지의 천국임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품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진 1)
여기서 가장 눈에 띄게 비싼 것이 젤 첫줄의 런던시내의 플랏 월세값이다. 시내에 방 하나 있는 플랏(아파트)을 빌렸을 때 무려 1800파운드 우리 나라 돈으로는 360만원에 이른다. 파리가 (겨우) 77만원, 뉴욕은 270만원 인것에 비하면 엄청난 가격이다. 그 다음 줄의 신문은 가장 싸고, 우유도 싼 편이다. 말보로 담배 한값은 파리의 두배에 가깝고 중간컵 크기의 카푸치노 한잔은 뉴욕과 비슷하다. 의외로 CD값은 파리가 더 비싸고 빅맥 햄버거 값도 물론 세 도시 중에 런던이 젤 비싸게 나타났다. 블루머라는 덩어리 식빵은 뉴욕이 젤 비싸고 그림 젤 밑의 두줄은 교통비인데 지하철이든 버스든 일주 교통비가 파리의 2배 이상이나 비싸다. 일주일 동안 런던에서 지하철타고 다니는 돈이 18.9 파운드 (37800원)에 이르니 파리의 8.22 파운드(16440원)가 상당히 싸게 느껴진다.
(사진 2)
요즘 텔리에서 무지하게 선전을 하는 리바이스의 엔지니어드 진(실제로 보니까 별로 사고 싶지 않게 생긴 청바지였음..쩝)은 뉴욕보다 두배 이상이 비싸다. 택시비는 파리가 조금 더 비싸고 세번째 줄의 BLT 샌드위치는 뉴욕이 젤 비싸다. 참고로 BLT 샌드위치는 Bacon, Lettuce (양상추), Tomato가 들어있는것으로 가장 대중적인 샌드위치다. 둘이서 three course로 와인, 커피와 함께 즐기는 저녁은 무려 59.15 파운드 (11만 8300원)에 이르고 동네 이발소에 가서 면도하는 것도 파리나 뉴욕보다 더 비싸다. 머리 깎는 비용도 남자의 경우 23파운드(46000원)에 이르니 여자들이 미용실에 가서 파마나 컷을 할 경우 얼마나 비쌀지 짐작이 된다. (참고로 난 미용실에 가본적이 없다..잉..)그리고 둘이 '레미제라블' 이란 뮤지컬을 보는 비용은 뉴욕이 더 비싸다. 런던에서 나이키 에어 맥스를 사려는 사람은 포기하는게 좋을 듯 하다. 위 표에서 밑에서 세번째 줄에 나와 있듯이 이는 뉴욕의 두배에 이르는 120파운드(24만원)이고 파리에서는 19만원으로 그래도 런던보다는 싸다. 트래픽이라는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파리로 가는게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젤 마지막 줄의 콘돔 값을 보면 한 팩에 22000원으로 파리의 7700원에 비해 3배나 비싸다. 영국이 유럽에서 10대 임신율이 최고임을 감안할 때 이건 반드시 파리 이하 수준으로 다운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 3)
마지막 10개 아이템을 살펴보면 1리터짜리 에비앙 생수 한 병이 79p(1600원)에 이르고 오렌지 쥬스 한통도 뉴욕과 파리에 비해 비싸다. 다섯번 째의 와인 한 병도 파리에 비하면 대여섯배나 비싸고 꽃 한다발을 사는데도 무려 20000원이나 들어 파리의 9000원에 비하면 두배 이상이 비싸다. 마지막 줄에 시내에서 주차를 시킬 때 파리가 한시간에 2000원이 채 안되는 것에 비해 런던에서는 7500원 정도가 든다. 즉 위 30개 아이템 중에서 런던이 가장 싸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디오도런트(deodorant), 신문, 그리고 우유 이렇게 세 개 밖에 없다는 거다.
물론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 월급이 영국 전체의 급여 수준에 비해 20%정도가 높다. 런던에는 그 어떤 도시보다 부자들 혹은 엄청난 부자들(super-rich)이 많이 산다. 이 들은 주로 Hampstead, Kensington, Chelsea 그리고 Belgravia에 살고 있으며 이중 10% 이상이 가구당 일년 수입이 10만 파운드가 넘는다고 하니 한화로는 2억정도가 되는군. 그리고 이 동네에서 기본적인 방 세개 짜리 집을 구하려면 최소 4억정도가 든다고 한다. 영국의 호화 부동산 경기가 다소 침체 되어 있다 하더라도 센트럴 런던에서는 20억이 넘는 집이 하루에 네건 정도가 거래가 되고 있으며 40억이 넘는 집도 매일매일 팔리고 있다고 한다.
처음 런던에서 -그리 좋지 않은 지역일 경우에도- 집을 구입할 때 일년 수입이 4만 파운드(8천만원)가 되야하고 '중산층 4인가족' (방 네개 짜리 집에 살며 아이 하나는 사립학교에 보내고 일년에 두어번 꽤 괜찮은 해외여행을 즐기는것) 이 되려면 85000파운드(1억 7천만원)이 되야한다는 통계가 최근 Financial Times에 보도되었으니 참 중산층 되는 것도 힘든일로 보인다. 어느 나라든 잘 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영국의 수도인 런던의 경우 그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못 사는 사람이 많다기 보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지하게 잘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위의 표에 의하면 런던에서 사는 것은 파리보다 두배, 뉴욕보다는 7%가 비싸다는 결과다. 지금 영국 런던에서 가장 호황을 누리는 산업은 고급차, 보석류, 디자이너 의류등의 업마켓을 겨냥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너무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세인즈버리(Sainsbury's)나 테스코(Tesco) 가서 무지 싼 이코노미 상품 가끔 사먹고 친구랑 더블룸 빌려 같이 살고, 외식을 한다기 보다는 주로 집에서 밥 해먹고, 문화 생활은 한국에서 보다 좀 자제하고 (禁영화, 禁뮤지컬, 禁CD 등등..크크), 서점보다는 도서관 많이 이용하고, 라디오 들으면서 최신 팝에 밝아지고, 짧은 머리 어울리다 하던 사람 간만에 장발로 변화도 좀 줘 보고,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가득찬 머리 공원 거닐며 녹음으로 정화도 시키고, 허기지면 우유 사먹고, 되도록이면 신문도 일찍 일어나 역주변에가서 메트로(런던의 공짜신문) 확보하고, 봉지쌀보다 덕용 포장쌀 10kg도 머리에 이어 보고, 화장품 사지 말고 공짜 tester 널린 보디숍이나 부츠(Boots)로 아침마다 출근하고.......쓰다 보니 나의 런던 생활 초기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군...헐헐헐 ^^
앞으로는 돈 많이 벌어 잘 살아야지..아함..^^ Jasmine
Jasmine
*자료제공: Life in Lond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