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pes of Wrath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의 대표작 <분노의 포도>가 출판된 것은 1939년이다. 이 작품으로 스타인벡은 퓰리처 상을 수상했고, 1940년에는 헨리 폰다가 주연한 미국 영화의 고전이 탄생한다. <분노의 포도>는 고향 오클라호마를 등지고 Okie가 된 조드 일가의 이야기이다. Okie란 1930년대에 닥친 가뭄과 모래바람으로 작물을 망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은행의 횡포로 생활까지 유린당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미국 중부, 특히 오클라호마 주에서 흘러나오는 극빈유랑 농민을 가리킨다. 조드 일가도 다른 가정과 마찬가지로 살림을 모두 지프차에 싣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하지만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도 아랑곳없이 그들이 발붙일 곳은 없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생활이 결코 만만치만은 않았던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일자리라는 것이 고작 저임금을 받고 과일 수확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확량이 많아 과일 값이 떨어지자 그나마 그 일도 끊기게 되고 가족은 다시 굶주림에 내몰린다. 그것도 풍요의 땅이라는 캘리포니아에서 말이다.

제목 <분노의 포도>는 사회개혁자이자 시인인 줄리아 워드 하우가 1862년에 쓴 찬송가 "The Battle Hymn of the American Republic"(공화국 전쟁 찬가)에서 따온 것이다. Mine eyes have seen the glory of the coming of the Lord:He is trampling out the vintage where the grapes of wrath are stored. (내 눈으로 영광스런 주님의 행차를 보았다. 분노의 포도가 저장되어 있는 곳을 짓밟으며 나가신다.) 이 시는 남북 전쟁 당시 북군의 행진곡으로 유명한데, 하우는 성서에서 시상을 얻어 이 시를 지었다.「포도」나「분노」는 모두 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포도는 흔히 어떤 행동의 결과(열매)를, 분노는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자에 대한 신의 분노나 엄한 벌을 나타낸다. 이처럼 기독교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말이기는 하지만, 물론 성서 자체에 <분노의 포도>라는 말은 없다. 격렬한 분노에 찬 신의 이미지는 애정이 넘치는 신의 이미지와 대조를 이룬다. 후자의 이미지는 성서에서 양을 지키는 선한 목자나 탕자의 죄를 용서하는 사려 깊은 아버지로 묘사되어 있다. 반면 <분노의 포도>는 조드 일가처럼 그렇잖아도 불행한 사람들에게 또 혹독한 고난을 안기는 신의 불공평함에 대한 스타인벡의 분노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