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akwon

계산은 정확하게
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가끔 그들이 좋고 싫음을 너무 분명하게 표현해 놀라거나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돈에 관한 한 미국인들은 Yes/No가 지나칠 정도로 분명하다. 필자가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미국 유학중 아주 가깝게 지내던 M이란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어느날 같은 과의 한 친구가 생일을 맞아 학교 근처 이태리 식당으로 우리들을 초대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지만, 미국에서는 생일 초대를 받아도 집이 아닌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 자기가 주문한 음식값은 자신이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날, 식사가 거의 끝나고 계산을 하게 됐는데, 주머니를 뒤져 보니 돈이 없었다. 그때 M이 자기가 먹은 음식값을 계산하려고 신용카드를 꺼냈다. 그래서 난 당연히 응해 줄걸로 생각하고 "Do you mind paying for my food, too? I'll pay you back tomorrow when we meet in class."하고 부탁을 했다. 우리 같으면, "얼씨구! 됐네, 이 사람아! 내가 대신 낼게." 하진 못할 망정, 나중에 갚을테니 같이 계산 좀 해 달라는 데 거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M의 대답은 뜻밖에 아주 냉랭하게 "Yes, I do mind."였다. 그야말로 상상도 못한 대답이었다. 이유인즉, 신용카드를 자꾸 쓰게 되면 월말에 결제할 때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 돈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어느정도 미국생활에 익숙해진 내가 M의 그런 행동을 이해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성적으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 깊숙이 자리한 한국인의 정서가 그의 그런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계산서 좀 갖다 주시겠어요? Could we have our bill?. 각자 내기로 하죠. Let's go Dutch. 신용카드 받으세요? Do you take credit cards? 내가 계산할께. I'll pick up the tab. 같이 계산할까요, 아니면 따로 계산할까요? One check or separate checks? 다락원 刊 '이창수 교수의 미국생활 미국영어'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