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 감싸기는 가히 올림픽 메달감이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는가마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 감싸기는 가히 ‘맹목적’이고 ‘안하무인격’
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대견한 듯 쳐다보는
부모들. 그 애들에게 공공장소에선 그렇게 떠드는 게 아니라고 한마디 했다간, 부모들의 날카로운
반격에 부딪히기 일쑤다. 자기 아이가 잘못해 다른 사람이 타이르는 건 다 ‘애들 기죽이는 일’로
좌시할 수 없고,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으면 그 가해자 아이를 찾아내
혼쭐을 내줘야 직성이 풀리는 어른들. 젊은 세대들이 부모 대열에 가세하면서 이런 미숙한
어른들이 점점 더 흔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같은 경우, 미국인 부모들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미국의 한 백화점에 쇼핑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엄마, 아빠가 식기 코너에서 물건을 보고 있는 동안 필자의 딸 재인이는 바로 옆 코너에서
운동기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미국인 엄마가 아이를 야단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Sandy, apologize to her!" (샌디, 저 애한테 사과해!) 무슨 일인가 해서 가 봤더니 한 미국인
여자애가 우리 애한테 "I'm sorry." 하면서 사과를 하고 있었다. 필자를 본 미국인 엄마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얘긴즉슨, 재인이가 한 운동기구에 올라가 놀다 잠시 내려온 사이
자기애가 사전 양해도 없이 그 기구 위에 올라갔기 때문에, 자기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임을 지적하고
재인이에게 사과하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고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이해 안 되는 일로
자기애를 혼내고 상대방에게 사과하도록 만드는 미국 부모들. 미국인들이라고 자기 아이가
사랑스럽지 않을 리 없지만 우리처럼 무조건 감싸기로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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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원 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