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지하철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그것은 나에게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숄더백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다리를 가볍게 꼬고 앉아 있다.
지하철 안은 비어 있기 때문에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게 하고 마는 것이 내 성질이다. 가방 안에는 도시락이 들어있다. 아침에 직접 싸오는 것이다. 나는 3년 전에 아내와 이혼했다.
두 번째 역에서 문이 열리자, 오십대 가량의 신사복 차림의 남자가 우산을 손에 들고 올라탔다. 남자는 차안을 둘러보고, 나 밖에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 옆 칸 또한 텅 비어있는 것을 보자, 그쪽으로 옮겨 갔다. 뚝뚝 물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지상은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일까.
